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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4 사무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
1952년 작, 사무엘 베케트 저. 내용 및 줄거리 는 거창한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단순한 편입니다. 해질 무렵, 언덕의 작은 나무 옆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남자가 하염없이 고도(godot)라는 인물을 기다리는 내용이 끝입니다. 줄거리는 이게 정말 끝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는 와중 포조와 그의 노예 럭키라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줄거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저는 이 둘의 존재를 극적 요소라고 봤습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고도만 기다리다가 끝나는 내용이기에 연극을 만들어가려면 스토리를 채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1막과 2막의 내용이 같아 1막만 읽어도 거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등..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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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3 최혜인 - 직장인 A씨
. 2021년 작, 최혜인 저. 책 소개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형식입니다. 어려울 수 있는 노동문제를 저자가 노무사로 일하면서 겪은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한 책인데, 지금까지 노동문제에 관심 없었던 사람이 입문 전에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란에도 라는 설명이 달려 있는데, 적절한 설명이라고 느낍니다. 다만 '가슴 따뜻한 노무사'의 시선만 보이고, 특유의 인사이트라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만한 내용은 없었던 점은 좀 아쉽습니다. 다만 이 점은 책을 접하게 된 계기가 노조 활동에 열심인 분의 추천이었기에 기대가 컸던 게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사례들을 나열해 둔 것도 좀 아쉽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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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2 임아영, 황경상 -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 임아영, 황경상 저. 최근 거리를 다니는데, 유독 어린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머니와 통화하던 중‘저출산이라던데, 길거리에 아기들 많기만 하더라. 사는 동네가 부자 동네라 그런가?’하고 말했더니, ‘그거 너 아이 낳을 때 돼서 그런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 깨달았습니다. 저도 어른들 말로 ‘혼기가 꽉 찬’ 나이가 됐다는 걸요. 아직 결혼 생각도 없는데, 아이라니. 부모님의 가정폭력을 겪으며(사실 제가 자란 세대까지는 흔할 겁니다. 물론 정도가 심하긴 했지만… 부모님의 마음과 사정을 알기에 이렇게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제가 당한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에 이렇게 표현해봅니다.) 자란 탓에 어려서부터 막연히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어느덧 아빠가 될 나이가..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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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물] #1 조영래 - 전태일 평전
1983년 작. 조영래 저. 돌베개 펴냄. 전태일과의 첫 만남 ‘나는 도대체 왜 사는가?’ 같은 존재론적 고민을 자주 하곤 합니다. 항상 ‘태어났으니 살지 뭐, 어쩌겠어’ 정도로 결론이 나곤 하지만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항상 찾는 책이 [전태일 평전]입니다. 처음 이런 고민을 하던 시절 만났고, 왜 사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줄거리(요약) 책은 전태일(이하 태일)이 가난과 아버지의 학대 때문에 가출하여 겪은 일들로 시작합니다. 이후 태일은 살길을 찾아 평화시장에 정착해 노동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고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노동 조건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동법을 공부..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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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1 김영하 - 여행의 이유
2019년 작. 김영하 저.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번에 리뷰할 책은 김영하 작가님의 다. 김영하 작가님은 의 번역자이기도 하고 , , 등의 저자다.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에서 를 읽으면서 처음 ..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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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1 세계인권선언 전문(원어 및 번역본)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인권'이라는 말은 낯설고, 멀기만 하다. 소수의 인권을 위해 다수의 인권이 짓밟힌다느니 인권은 사람 같은 사람에게나 보장되는 것이라는 등의 혐오성 발언이 통용되고 지지를 받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기초부터 파보기로 했다. 그 시작은 세계인권선언이다. 우선 전문을 먼저 업로드한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분석 및 해설, 논문 등을 검토해 공부하고 포스팅하고자 한다. Preamble Whereas recognition of the inherent dignity and of the equal and inalienable rights of all members of the human family is the foundation of freedom, justice and peace i..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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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제] #4 과속운전 범칙금이 1억 6,700만 원? 소득에 따라 벌금 액수가 다른, 일수벌금제
과속운전 범칙금이 1억 6,700만 원? 모두가 다 한 번 쯤은 들어본 사례로 시작하겠다. 2002년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블랙베리 핸드폰을 만드는 회사)의 부회장 안시 반 요키는 핀란드 헬싱키의 시속 50km/h 제한 구역에서 약 75km/h로 운전했다가 11만 6,000유로(약 1억 6,700만 원/ 2020.05.25 기준 1억 5,688만 원)의 범칙금 딱지를 받았다. 이렇게 큰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핀란드의 벌금제가 우리나라와 다른 데에 있다. 핀란드에서는 경찰이 위법운전을 적발하면 우선 소득부터 묻는다. 그리고 세무서에 운전자의 소득과 재산을 확인한다. 그 후 월급의 14분의 1 정도(2019년 9월 기준/ 핀란드 대사관 2005년 글 기준 60분의 1)를 부과한다고 한다. 이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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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3 알베르 카뮈 - 이방인
다. 이방인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주인공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해 사형을 선고받은 본인의 마지막 독백으로 소설은 끝난다. L'Etranger라는 단어는 불어인데, etranger는 이방인, 외인 정도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줄거리 어머니의 죽음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고 그 곳으로 향한다. 양로원 영안실에 도착해 어머니를 뵈었지만 어째서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 장례 때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밀크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애인 '마리'와 코미디를 보며 밤을 보내고 해수욕장에 가서 해수욕도 하는 등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새로운 친구, 레몽 이후 업무에 복귀해서도 평범한 나날을 보내며 지내던 중 이웃들을 만나는..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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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제] #3 벌금을 내지 못하면 감옥에 간다. 환형유치(換刑留置)
30일 내에 전액을 내야한다 지난 번에는 총액벌금제의 문제점인 사법불평등과 가난한 이들이 겪는 벌금형의 무게를 재어보았다. 이번에는 벌금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우선 형법 69조다. 형법 제69조(벌금과 과료) ① 벌금과 과료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내에 납입하여야 한다. 단,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②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 당장 몇년 전만 해도 30일 이내에 현금으로 전액 납부해야 했다. 분할 납부나 납부 연기도 가능은 하지만 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절차도 까..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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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2 오창익 -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2008년 초판. 오창익 저. 인권의 원칙이 살아 있는 원리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인권운동가의 시각과 원칙은 하나의 편향일 수 있습니다. 그 편향을 애써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일종의 거울처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만 간절할 뿐입니다. 네 번째 책 리뷰는 오창익 선생님의 사회비평에세이 이다. 제목이 좀 옛날틱한데, 2008년 감성이지 싶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1992년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 줄곧 인권운동가로만 살아왔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인권운동을 하신 탓인지 쉽게 인권 침해인지를 알 수 없는 사안들이 많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줄거리가 있는 형식의 책이 아닌지라 목차를 위주로 살펴 보겠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 요람에서..
202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