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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고전 · 문학

[고전·소설] #3 알베르 카뮈 - 이방인

by 최룡 2020. 5. 23.

<이방인: L'Etranger>

1942년 작. 알베르 카뮈 저. 김화영 옮김.


 

<이방인>의 첫문장 - 출처 KBS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이 문장을 들어 본 사람은 많을 거다. 다섯번째 책 리뷰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L'Etranger>다. 이방인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주인공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해 사형을 선고받은 본인의 마지막 독백으로 소설은 끝난다. L'Etranger라는 단어는 불어인데, etranger는 이방인, 외인 정도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줄거리

어머니의 죽음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고 그 곳으로 향한다. 양로원 영안실에 도착해 어머니를 뵈었지만 어째서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 장례 때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밀크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애인 '마리'와 코미디를 보며 밤을 보내고 해수욕장에 가서 해수욕도 하는 등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새로운 친구, 레몽

이후 업무에 복귀해서도 평범한 나날을 보내며 지내던 중 이웃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좀 독특하다. 살라마노 영감을 만나는데 늘 화풀이 대상인 개가 한 마리 있다. 이 할아버지는 사소한 것으로도 맨날 개를 구박하는데 나중에 개를 잃어버렸을 때 실의에 빠져있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음으로 만나는 이웃이 '레몽'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레몽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두들겨 패다가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다. 그 후 레몽은 뫼르소에게 여자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하고 뫼르소는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그에 응한다. 그렇게 그 둘은 친구가 된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을 죽이다

그리고 며칠 뒤 레몽은 뫼르소 커플을 해변가로 초대한다. 그러다가 그들을 미행하는 아랍인 무리를 마주치게 되는데 한 명은 레몽의 옛 애인의 오빠였다. 싸움이 벌어지고 레몽은 칼에 맞아 팔에 자상을 입고 입이 찢기기도 했다. 싸움이 끝나고 상처를 치료한 후 남자들끼리 해변을 걷다 조그만 샘을 마주한다. 그 곳에서 아까 싸운 아랍인들을 만나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레몽은 상대가 칼을 뽑으면 쏘겠다고 했고 뫼르소는 그런 그를 말리며 "다른 녀석이 끼어들거나 저 녀석이 칼을 뽑으면 내가 쏘겠다" 라고 한다.

레몽이 내게 권총을 건내줄 때, 태양이 그 위로 번쩍하며 미끄러졌다. 그러나 마치 모든 것이 우리 주위를 둘러막아 가두어 버렸다는 듯이, 우리는 여전히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p. 74)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가까이 다가가자 상대방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뫼르소도 권총을 쥐었다. 상대는 칼을 뽑았고 햇빛이 너무 뜨거워 땀과 칼에 비친 빛 때문에 뫼르소는 권총을 꽉 잡았고 방아쇠는 당겨졌다. 그 후 움직이지 않는 몸에 뫼르소는 다시 총알 4발을 박아넣는다. (이 사건은 소설 전체 중에서도 상당히 짧게 다뤄진다. 전체적으로 뫼르소의 감정을 위주로 서사가 이루어지기 때문.)

무감흥이 사형 구형의 원인

뫼르소는 남의 죽음에도 감흥은 없었다. 설령 자신이 죽였다고 해도 말이다. 체포되어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도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겠다고 하고, 구속되어 갇혀있을 때도 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사법폐인이 될 듯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데, 이는 사형이 구형되는 중요한 구실이 된다. 마리는 구속된 메르소를 위해 계속 면회도 오고, 교도소 부속 사제가 참회하라는 얘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산일 택하도록 되어 있고, 나와 더불어 그처럼 나의 형제라고 자처하는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이해하겠어? 이해하겠느냐고?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 가진 존재야...  마리가 오늘 또 다른 뫼르소에게 입술을 내바치고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도대체 이해하기나 하는 거야? 이 사형수를, 그리고 미래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 이런 모든 걸 외쳐 대느라 나는 숨이 막혔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뫼르소는 혼란에 빠진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제에게 저렇게 말하고 난 후 사제가 떠나자 뫼르소는 평정을 되찾고 주변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하늘의 별, 들판의 소리, 밤 냄새, 흙냄새, 소금 냄새... 그리고 그는 마침내 엄마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 후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라는 독백과 함께 소설은 끝이 난다.


죽음

이 소설에 나타나는 세 형태의 죽음(자연사, 살인, 사형)은 그 성질은 다르지만 하나의 인간이 세상을 떠난다는 점에서 같다. 카뮈는 결국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이 소설을 통해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카뮈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차 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자신도 폐결핵을 앓아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도 있다. 앞서 다룬 2개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작가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뫼르소는 있는 그대로만을 얘기한다. 자신의 가치나 판단을 담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이 다가오고 희망이 없음을 확신하자 그는 돌변한다. 부조리에 일관된 자세로 반항한다.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면 처벌을 받지만, 그 처벌이 남에 의해 죽는 것이라는 부조리가 그를 일깨운 것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죽음은 누군가에게 변화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생각 정리

뫼르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얘기를 하는 듯 하다. 자신의 재판도 마찬가지다. 다만 재판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데, 이는 죽음을 단순히 비관만 하지 않고 나름대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죽음이라는 모든 인간이 갖는 특권 앞에서 모든 가치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정설을 거부하고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마무리지어야하는지를 드러내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피고가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배제되고 또 수사하는 검사가 드는 근거들이 뫼르소의 성격 등이라는 점이 도드라지는 모습들을 통해 사법제도, 특히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반인권적 처사들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도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특히 사형수 뫼르소의 상황과 저항을 통해 사형제 자체에 대한 비판도 함께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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