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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고전 · 문학

[고전·소설] #2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호밀밭의 파수꾼

by 최룡 2020. 5. 11.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1951년 작.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 공경희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 빨간 모자를 쓰고 다녔다.

 

"나는 늘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두 번째 책 리뷰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미뤄둔 독후감을 쓰다 보니 정작 하루에 책 읽는 시간이 한 시간을 넘을까 말까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 블로그의 독후감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흥미를 갖고 단순히 숙제, 과제용이 아니라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꾸준히 쓸 작정이다.

이 책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만큼은 아니지만 작가의 경험이 상당히 투영된 작품 중 하나다. 샐린저는 실제로 뉴욕대학교에서 한 번, 어시너스 대학에서 한 번 총 두 번을 제적당했다. 이후 언급하겠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또한 프로 제적러다. 이 때 느낀 감정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청소년의 모습이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출판 당시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콜필드 증후군'이 유행했다고 할 정도다.

콜필드 증후군 : 실제로 있는 심리 용어는 아니고, 10대의 반항기 정도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줄거리

4번째 퇴학을 당한 소년

홀든의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말로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우리 부모님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 식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난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가 않다." 는 소설의 첫 문장은 읽는 사람을 '뭐지?'하고 당황하게 만든다.

홀든에게는 잘 나가는 변호사 아버지와 예민한 어머니,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는 형, 그리고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사랑스러운 여동생 피비가 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아버지와 할리우드에서 출세한 형과는 달리 홀든네 번째 퇴학을 앞두고 있다.

그는 아직 퇴학 소식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아 부모님이 늦게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가 홀든이 어렸을 적 알던 여자아이인 제인과 데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갈등을 겪으며 무작정 학교를 떠나게 된다. "잘들 퍼자라. 이 바보들아!" 라고 외치고 말이다.

 

방황하는 홀든 - 출처 알라딘 블로그

 

위선자들 사이에서의 방황

홀든은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방황한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탄 홀든은 기사에게 "아저씨, 연못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라고 물었다가 괜히 핀잔만 듣고 호텔에 도착한다. 지친 홀든은 창밖을 바라보던 도중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신사다운 사내가 여자 옷을 입고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는 광경, 두 남녀가 서로의 입에서 물을 내뿜는 장면 등이다.

외로워진 홀든은 예전에 소개받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추파도 던지고, 제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볼까도 고민한다. 자신이 아끼는 여동생 피비에게도 전화를 걸까 하지만 부모님이 알게 될까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는 무작정 호텔의 클럽에 가 여성들에게 접근하고 한 무리와 합석까지 해 시간을 보내지만, 여성들이 연예인을 보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떠나버린다.

호텔에서 나온 홀든은 형과 자주 들르던 클럽으로 향한다. 그렇다고 별다를 건 없었다. 좋아하던 피아니스트는 잡다한 기교를 부리고 있었고, 청중들은 환호했다. 구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지만 죄다 '얼간이'들 뿐이었다. 홀든은 금세 클럽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돌아갔다.

홀든은 여기서 또 역경에 처한다. 엘리베이터 보이의 '재미 좀 보실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넘어가 성매매를 하게 된 거다. 여성과 성매매를 하지는 않고 여성의 태도에 오히려 우울감에 빠진다. 거짓말로 둘러대고 여성을 보내려던 찰나, 본인이 알고 있던 금액과 차이가 나 다툼이 있었고, 엘리베이터 보이가 돌아와 소위 삥을 뜯긴다. 이렇게 첫날 밤이 지났다.

주변 사람들도 전부 위선자?

다음날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샐리에게 전화를 해 데이트를 하게 된 홀든은 샐리 또한 위선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뜬금없이 본인과 떠나자고 해놓고 샐리가 거절하자 '싸구려' 음악을 좋아하고 작품의 퀄리티와는 상관 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배우만 보면 만족한다는 둥의 이유를 대며 샐리를 모질게 대하고, 샐리는 떠나게 된다.

영혼의 구원자, 동생 피비

홀든은 결국 샐리를 만나기 전 산 음반을 동생인 피비에게 주기 위해 집으로 향하게 된다. 피비는 참 똑똑했다. 홀든이 퇴학당했다는 걸 금방 알아채고, 한 가지 좋아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 홀든은 당황했고, 죽은 동생인 앨리의 이름을 댄다. 하지만 피비는 그 말이 쥐어짜낸 것임을 알고, 홀든을 질책했다. 그리고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

여기서 '호밀밭의 파수꾼' 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라는 홀든의 말에 피비는 '아빠가 오빠를 죽일 거야' 라며 걱정한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돌아오고, 홀든은 숨는다. 피비는 오빠를 감춰주기 위해 자신이 담배를 피웠다는 거짓말까지 한다. 돈이 다 떨어진 홀든은 피비에게 하루 정도 더 지낼 수 있도록 2달러만 빌려달라고 하는데, 피비는 크리스마스 용돈을 전부 털어 홀든에게 준다. 당연히 홀든은 울었고, 피비는 홀든을 달래줬다. 그리고 홀든은 떠난다.

 

 

길었던 3일

그렇게 집에서 나온 홀든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생님의 집에 가 하루를 묵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본인이 잠든 사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데에 놀라 도망치듯 뛰쳐나온다. 역 대합실에서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난 홀든은 짐을 찾은 후 피비의 학교에 찾아가 떠날 거라고 얘기한다. 피비는 그러면 자신도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홀든은 떠나지 않기로 결심하고 피비와 동물원에 간다.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피비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는 말로 소설은 끝난다. 이 모든 일이 3일 안에 있었던 일이다.


홀든에게 방황이란

사실 홀든의 행동은 찌질하기 짝이 없다. 호텔의 클럽에서도 자신과 같이 춤을 추는 여성을 '작고 귀여운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 이라고 표현한다거나, 말끝마다 제기랄 등 욕을 붙이는 모습만 봐도 그의 찌질함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다만 홀든의 행동과 달리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있고 구어체로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이 작품을 명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본다. 반항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간 나는(너무 심하게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탓에) 저런 행동들을 애초 꿈도 꿔보지 못했지만 성장기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홀든이 대신해주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청소년들의 방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금 이렇게 행동하면 '중2병' 이라는 놀림을 받기 쉽상이다. 책을 같이 읽은 친구는 돈 있는 집안의 자제가 쓸 데 없는 불평을 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 말도 맞다고 본다. 사실 나처럼 뭐 하나라도 잘 하지 못하는 순간 일상이 무너져버리는 상황이면 저러지는 못할 테니까.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의 의미가 방황하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라고 본다. 저기 촌구석에서 자라난 탓에 홀든만큼, 아니 홀든보다 훨씬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았으니까. 그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해도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이 소설을 통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알아두면 좋은 관련 지식

비틀즈의 '존 레논'을 살해한  '마크 채프먼'이 즐겨 읽었던 책이라고 한다. 살해 후 검거되었을 때 가방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비틀즈의 존 레논과 살인범 마크 채프먼 - 출처 faroutmagazine

 

'호밀밭의 파수꾼' 이라는 말은 사실 홀든이 잘못 알고 있어서 탄생한 말이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라는 곡을 홀든은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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