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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고전 · 문학

[고전·문학] #4 사무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

by 최룡 2021. 12. 20.

<고도를 기다리며 : En attendant Godot>
1952년 작, 사무엘 베케트 저.


사진 출처 - 극단 산울림

내용 및 줄거리

<고도를 기다리며>는 거창한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단순한 편입니다. 해질 무렵, 언덕의 작은 나무 옆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남자가 하염없이 고도(godot)라는 인물을 기다리는 내용이 끝입니다. 줄거리는 이게 정말 끝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는 와중 포조와 그의 노예 럭키라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줄거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저는 이 둘의 존재를 극적 요소라고 봤습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고도만 기다리다가 끝나는 내용이기에 연극을 만들어가려면 스토리를 채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1막과 2막의 내용이 같아 1막만 읽어도 거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등장인물도 5명(고도 포함 6명)으로 적은 편이고요. 다만 인물들의 개성은 각자가 모두 뚜렷한 편입니다. 서사를 모두 등장인물을 통해 풀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장인물

블라디미르는 고도가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 인물입니다. 친구인 에스트라공이 가자고 할 때마다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인 존재입니다.

에스트라공은 온갖 고통을 다 받는 존재입니다. 신고 있는 신발이 벗겨지지 않아 다리를 절고, 두들겨 맞고, 럭키에게 발로 차이거나 등... 그럼에도 블라디미르의 말은 잘 들어서, 고도를 잘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포조는 럭키(노예)의 주인으로, 독선적이며 독재적인 성향입니다. 2막에선 장님이 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 의미가 있을 법한데... 제 소양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럭키는 포조의 노예로, 순종적이지만 말을 시키자("생각해!") 말을 쏟아내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하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럭키는 2막에서 벙어리가 됩니다.

고도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고도에 대한 얘기도 일절 없습니다. 후일담으로 '도대체 고도가 누구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저자인 사무엘 베케트마저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생각 정리

그만큼 고도라는 존재에 대한 해석은 독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느낌입니다. 제 생각에 고도는 '희망' 혹은 단순한 '기다림' 그 자체입니다. 희망은 눈에 뭐라도 보여야 가질 수 있잖아요. 전령으로 왔다고 주장하는 '소년'의 존재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주인공에게 고도가 실존한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에, 희망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년이 들고 온 소식이 사실인지 내용을 통해 판단하기 어렵고, 작가가 글을 쓸 당시의 배경상 희망을 갖긴 어렵기에 기약이 없는 '기다림'으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작가인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2차 대전 당시 피신생활을 하면서 썼다고 하니, 이를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기다림(죽음이든, 희망이든...)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좀 더 설득력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석해보면 베케트에게는 종전이 곧 고도였을 겁니다. 제 생각에, 결론은 고도는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달라진다는 정도지 싶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고도의 전갈을 재차 들고 오는 소년에게 질문을 하는 블라디미르의 모습은 그럼에도 희망을 믿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희망은 인간의 필수조건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알아두면 좋을 내용

영국의 영극학자 마틴 에슬린은 이 연극에 '부조리극'이라는 장르명을 붙인 사람입니다. 이 사람 덕에 <고도를 기다리며>는 희비극, 혹은 부조리극(Absurdes Theater)라고 불리우며,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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