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고전 · 문학

[고전·소설]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최룡 2020. 5. 1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1774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박찬기 옮김.


베르테르의 죽음 - 파란 연미복과 노란 조끼를 입은 채 죽었다. 당시 유럽(독일)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복장이 유행했다고 한다. - 출처 민음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자아, 로테,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차갑고 무서운 술잔을 손에 들어 죽음의 도취를 다 마셔버리렵니다. 당신이 이 잔을 손수 내어주셨습니다. … 아아, 이 길이 나를 이리로 이끌어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진정해 주십시오! 탄환은 재어놓았습니다. 지금 열두시를 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됐습니다. 로테! 로테! 안녕, 안녕!"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 않았다 - 괴테

 

1749년 생인 괴테가 그의 나이 25세에 펴낸 소설이자 괴테 최초의 성공작이다. 어린 나이에 이런 감성을 지닌 것도 놀랍지만 이 작품이 14주 만에 완성되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책을 펴낼 수 있었던 건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자신의 경험에 기인한 작품이어서다.

괴테는 법학도였다. 공부를 마치고 법무 실습을 하던 중 마을의 법관인 부프 씨의 딸, '샤를로테 부프(이하 샤를로테)'에게 사랑에 빠진다. 로테는 이미 약혼자 '케스트너'가 있었지만 괴테는 그녀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약혼자가 없는 사이 달려들어 강제로 키스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로테는 괴테를 잘 타일러 돌아가게 만들었고, 상심한 괴테는 편지를 남기고 고향으로 도망쳐버린다.

그러나 친구 예루살렘이 그의 친구의 부인에게 연정을 품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심지어 자살에 사용한 권총은 샤를로테의 약혼자인 케스트너가 빌려준 것이었다. 괴테의 이런 경험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을 쓰도록 한 것이다.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와 닿는 이유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가 그의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줄거리

이룰 수 없는 사랑

베르테르는 무심코 참가한 무도회에서 '샤로테'(이하 로테)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뻔하게도 사랑에 빠진다. 만나기 전부터 로테에게 약혼자가 있음을 알았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러하듯 베르테르 또한 로테의 집 근처로 산책을 가는 등 만날 구석을 만들어 내고, 로테가 돌보던 아이들과 친해지며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베르테르가 사랑한 '로테' - 출처 민음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러던 중 로테의 약혼자인 '알베르트'가 돌아오고, 베르테르는 상심에 빠져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로테를 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또 알베르트가 본인보다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점을 보면 도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이때부터 베르테르의 고통이 시작된다.

(실제로 베르테르는 편지에 "그가 아무리 훌륭하고 고결한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또 어떤 점으로 봐도 내가 그보다 못하기 때문에 그의 밑에 설 용의가 있다 할지라도, 그가 이렇게도 완벽하고 아름다운 로테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목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차지하고 있다!" 라고 썼다.)

하지만 이를 꼭 도망이라고 매도하긴 어렵다. 베르테르는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규율에 맞춰 본인이 견지해야 할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도덕적 질서 앞에 너무나 무기력했기에 그 사랑은 애절하다. 결국 베르테르는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일자리도 찾아보고, 전쟁에 나갈까도 고민해보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며 이후 남편인 '알베르트'와 갈등마저 겪게 된다.

사랑의 승리? 이성의 승리?

베르테르가 로테를 만나기 전 알게 된 한 하인이 있다. 이 하인은 그의 여주인을 지독히도 사랑했다. 베르테르는 이 하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했다. 하지만 하인은 감정이 탄로나 여주인의 오빠에게 해고당했고, 후에 자신을 대신해 여주인을 모시게 된 다른 하인을 질투심에 살해한다.

베르테르는 애통해하며 적극적으로 변호한다. 법무관에게 가 용서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도망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달라'라고 까지 간청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었고, 베르테르는 그곳을 떠나 쪽지에 '그대는 구원받을 수 없다, 불쌍한 인간이여! 우리가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라고 쓴다. '우리', 베르테르는 자신의 운명을 하인에게 투사하고 있었던 거다. 베르테르는 도망칠 방법이 없음을 깨닫는다. 12월 21일,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이런 편지를 남긴다.

"'드디어 결심을 하였습니다. 로테, 나는 죽으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을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날의 아침에 낭만적인 과장 없이 아주 냉정한 기분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절망이 아닙니다. 스스로 참고 견디어냈다는 것, 당신을 위해서 스스로 몸을 바쳐 희생하겠다는 것에 대한 확신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 베르테르는 로테를 만나 그가 번역해 선물한 『오시안의 노래』를 읽어 준다. 로테는 눈물을 흘렸고, 베르테르 또한 로테의 손을 잡고 흐느낀다. 그리고는 로테를 꼭 껴안고 키스를 한다. 로테는 베르테르를 밀쳐냈고, 베르테르는 그녀의 앞에 꿇어 엎드렸다. 로테는 '이것이 마지막이에요. 베르테르 씨, 이제 다시는 만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며 옆방으로 뛰어간다. 베르테르는 작별 인사만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로테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베르테르는 "로테, 안녕! 영원히 안녕!"이라 외치고 떠난다.

무릎꿇고 절규하는 베르테르와 그런 그를 뿌리치는 로테 - 출처 구글 이미지

그렇게 돌아온 그는 로테에게 보내는 편지의 다음 구절을 써내려간다. "로테, 나는 마지막이라는 말의 참뜻을 알 수 없습니다. 나는 조금도 힘을 잃지 않고, 여기 이렇게 서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내일은 사지를 축 늘어뜨린 채, 바닥에 뻗어 있을 겁니다. 그녀는 내 것이다! 로테! 그렇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내 소유인 것입니다!"

그리고는 하인을 시켜 알베르트에게 서신을 보낸다.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 선생의 권총을 빌려주시겠습니까?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하인은 알베르트에게 쪽지를 전달했고, 알베르트는 로테에게 총을 내어주라고 한다. 로테는 베르테르와의 일을 남편에게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와중이었기에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권총을 하인에게 준다.

베르테르는 로테가 총을 손수 건네주었다는 하인의 말을 듣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권총은 당신의 손을 거쳐서 왔습니다. 당신이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이기에 나는 천 번이나 그것에다 키스를 했답니다. 나는 당신 손에서 죽음을 받기가 소원이었는데, 아아, 이제 이렇게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신변을 정리(서류를 태우고, 봉인하는 등)하고 하인을 자러 가게 한 후 편지를 마무리짓는다.

"자아, 로테,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차갑고 무서운 술잔을 손에 들어 죽음의 도취를 다 마셔버리렵니다. 당신이 이 잔을 내게 손수 내어주셨습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내 인생의 모든 소원과 희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냉정하게, 이렇게 담담하게 죽음의 철문을 두드립니다! 아아, 이 길이 나를 이리로 이끌어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진정해 주십시오! 탄환은 재어놓았습니다. 지금 열두시를 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됐습니다. 로테! 로테! 안녕, 안녕!"

 

그렇게 베르테르는 죽는다. 괴테는 알베르트의 당황이나 로테의 슬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다만 알베르트가 로테의 생명을 염려해 따라가지 않았다는 정도만 언급될 뿐이다. 성직자는 한 명도 따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베르테르에게 자살이란

소설의 끝에 로테 부부의 반응은 언급되지 않고, 베르테르의 장례식에는 성직자도 따라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즉, 베르테르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죽음이었던 것이다.

내가 베르테르의 죽음을 다룬 문단의 소제목을 사랑의 승리? 이성의 승리?로 적은 이유다. 괴테의 자살은 유부녀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질서를 따른 행위다. 자신의 사랑을 주체하지 못했으며 로테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겪을 고초도 생각했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베르테르는 로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떠나는 것이 결국 로테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궁극적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살이란 사회적 질서를 어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의 죽음에 성직자들이 따라가지 않았잖은가. 베르테르가 질서에 저항한 건 로테를 사랑한 것과 자살한 것 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위와 같이 생각했다고 해도 폭력의 한 형태임을 간과하긴 어렵다.

처음 베르테르가 로테의 곁을 떠나던 날 알베르트와의 논쟁에서 알베르트가 '특정한 종류의 행위는 그것이 어떤 동기에서 나왔든지 간에, 언제나 죄악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겠지요.' 라는 말에 '그런 경우에도 예외는 있어요. … 물론 절도가 죄악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그렇지만 자신과 자기 가족을 눈앞에 닥친 굶주림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서 도둑질을 한 경우에는 그를 동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처벌해야 할까요?' 라며 '제발 겉모양만 보고 속지 않도록 하시오. 폭군의 참을 수 없는 압정하에 신음하던 국민이 마침내 궐기하여 그 속박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경우에도 당신은 그것을 나약이라고 할 것인가요.' 라고 받아친다.

이 말들을 보면, 베르테르는 당시 질서 내에 존재하던 부당함에 저항하고자 했던 목소리를 대변할 뿐 아니라 약자를 위하는 모습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이 바로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논쟁 부분이다.

나는 베르테르의 죽음이 로테에 대한 애정과 이성 간의 괴리만으로 행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분명 존재했을 거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과 부조리에 저항하면 더 큰 댓가가 돌아오는 현실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을 거라고 본다. 애정과 이성 간의 괴리가 아닌,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생각이다.


알아두면 좋은 관련 지식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이 자살하는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죽는다는 '베르테르 증후군'이 바로 이 소설에서 비롯되었다. 독일에 출판된 이후 이 책을 읽은 다수의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했고, 특히 비슷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 모방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롯데타워 옆에 세워진 괴테의 동상 - 출처 한국일보

롯데의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이 작품을 읽고 감동을 받아 샤롯테(Charlotte)의 이름을 따 자신의 기업 이름을 롯데(lotte)라고 지었다고 한다. 롯데타워에는 괴테의 동상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