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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역사 · 인물

[역사·인물] #1 조영래 - 전태일 평전

by 최룡 2021. 11. 23.

<전태일 평전> 

  1983년 작. 조영래 저. 돌베개 펴냄. 

전태일과의 첫 만남

  ‘나는 도대체 왜 사는가?’ 같은 존재론적 고민을 자주 하곤 합니다. 항상 태어났으니 살지 뭐, 어쩌겠어정도로 결론이 나곤 하지만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항상 찾는 책이 [전태일 평전]입니다. 처음 이런 고민을 하던 시절 만났고, 왜 사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줄거리(요약)

  책은 전태일(이하 태일)이 가난과 아버지의 학대 때문에 가출하여 겪은 일들로 시작합니다. 이후 태일은 살길을 찾아 평화시장에 정착해 노동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고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노동 조건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동법을 공부합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서는 힘들겠다는 판단하에 바보회를 조직해 투쟁하다가 누구 하나는 죽어야 우리의 말을 들어주겠다라고 생각, 분신 투쟁을 결행하고 사망하게 됩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사실 전태일 평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문자만 읽어서는 감동만 받고 끝날뿐,, 그의 삶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탓입니다. 세 번째로 마주한 그의 삶은 단순히 감동적인 것이 아닌 저 자신을, 나아가 제 삶을 돌아보게 했기에, 적어둡니다.

줄거리(상세)

  가진 건 미싱 한 대뿐이었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일을 해야 했던 태일은 먹고살기 위해 시다로 평화시장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열악한 노동 현실을 마주하고 최고의 권력자로 보였던 재단사가 되어 고통받는 여공들의 처지를 개선해주고자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여공들의 일을 대신하며 상황을 바꿔보고자 했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직업병에 걸린 여공을 도왔다는 이유로 당하게 된 해고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직장을 옮긴 태일은 우연히 아버지를 통해 근로기준법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법이 있는지도 몰랐던 우리는 바보다라며 바보회를 조직하고 근로감독관에게 진정을 넣기 위해 근로조건 실태를 조사합니다. 하지만 이 소문이 퍼지면서 또다시 해고를 당하게 되었고, 고용주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진정은 무시당했고, 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모범업체를 설립하고자 시도합니다. 분명히 도와줄 자본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은 당연히 부서졌고, 소문 탓에 취업조차 되지 않아 태일은 결국 평화시장을 떠나게 됩니다. 그를 주축으로 하던 바보회 또한 자연스레 해산하게 됩니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 <전태일 평전> 중

가장 전태일다운 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사진들과는 눈빛이 많이 다릅니다. 사진 출처 전태일재단.

  이후 그는 공사장에서 일하며 방황하다가, 데모 등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한 후 다시 평화시장에 돌아와 삼동회를 만듭니다. 기존과는 달리 단체행동을 계획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평화시장 피복제품상 종업원 근로조건 개선 진정서를 만들어 노동청에 제출하고, 이 활동이 경향신문에 크게 보도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전태일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진정서를 보내기도 하는 등, 꽤 구체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삼동회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위를 조직하고, 업주들과 협상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나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고 그에 19701113,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계획합니다. 그러나 또 정보를 미리 입수한 경찰에 의해 또 방해당하자 태일은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입니다. 그리고 거리로 뛰어나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고 쓰러집니다.

  분신 이후, 그는 응급차에 실려 갔지만 소생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이후 어머니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일을 이루어줄 것을 부탁하고, “배가 고프다라고 말한 후 눈을 감습니다.

생각 정리

  저는 이 책을 관통하는 장면이 바로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고 구급차에 실려 간 이후, 남아 있던 재단사들이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재단사들 또한 분신 사건 전까지 나름 애썼지만, 자신들의 현실적 어려움과 사회적 분위기 탓에 나서길 꺼렸습니다. , 재단사들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 것은 열사의 죽음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끌어 낸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활동가로 산 지도 벌써 꽤 되었습니다. 활동 분야를 바꾸면서 활동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하는 활동들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시민단체의 이런저런 문제점 때문도 있고요. 사실상 해결되진 않는 고민들이며 이 말은 곧 사실 활동가로 살아가는 한 계속해서 가지고 가야 할 고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다시 읽은 <전태일 평전>은 이런 생각을 멈춰주었습니다. 활동가로서 계속 살아갈지 말지는 우선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꾸준히 가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죽지는 못하더라도요. 이런 가르침은 비단 활동가로 사는 제 삶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겁니다. 21년의 11월, 다시 전태일 열사를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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