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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수필 · 에세이

[수필·에세이] #2 임아영, 황경상 -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by 최룡 2021. 11. 25.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임아영, 황경상 저.


  최근 거리를 다니는데, 유독 어린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머니와 통화하던 중저출산이라던데, 길거리에 아기들 많기만 하더라. 사는 동네가 부자 동네라 그런가?’하고 말했더니, ‘그거 너 아이 낳을 때 돼서 그런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깨달았습니다. 저도 어른들 말로 혼기가 꽉 찬나이가 됐다는 걸요. 아직 결혼 생각도 없는데, 아이라니.

  부모님의 가정폭력을 겪으며(사실 제가 자란 세대까지는 흔할 겁니다. 물론 정도가 심하긴 했지만부모님의 마음과 사정을 알기에 이렇게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제가 당한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에 이렇게 표현해봅니다.) 자란 탓에 어려서부터 막연히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어느덧 아빠가 될 나이가 되었음에도 아이를 낳을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입방정은 멈출 줄을 몰라, 만나고 있는 사람과 같이 다니면서도 저 아기 좀 봐, 너무 예쁘다. 그렇지? 하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는 그 사람도 맞장구쳐주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책 한 번 읽어봐라며 책을 한 권 건네주었습니다. 제목에도 쓰여 있듯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가 그 책입니다. 이 책을, 그렇게 만났습니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표지. 출처 북하우스

  이 책은 경향신문 동기인 두 기자의 육아 에세이입니다. 기자들이 쓴 때문인지 글은 술술 잘 읽혔습니다. 또 같은 이유에서인지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르포르타주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경향신문 맞벌이 기자면 경제적 어려움도 없겠네라는 다소 비뚤어진 생각도 했습니다만, 책 중간에 그런 내용도 나오더군요. 솔직한 글쓰기라는 점에서 더욱 좋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도 확실하지 않은 탓에 육아의 고충이라거나 부부간의 갈등 등은 잘 와 닿지 않았지만, 이 책은 제가 생각했던 좋은 아빠라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집안일을 돕는다'와 같은 말이 잘못되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요. 특히 남편인 황경상 기자님의 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말이 많지 않고, 무색무취인 성격이기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엄마한테 맡기면 미안한데, 당신한테는 미안하지 않아도 되잖아.' 라는 문장에서 저는 제 잘못됨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좋은 아빠'는 일 하고 집에 와서 퍼지지 않고 집안일 하고, 아이들에게 책이나 읽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육아도 공동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아마 제 응용력이 떨어지는 탓일 테지만요.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남자들에게요. 페미니즘적 시각도 육아와 연관지어 자연스레 녹아들어있고, 육아에 대한 시각 자체도 바꿔줍니다. 남자도 주 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만만한 일은 아니겠지만요. 또, 남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느낀 점들이 적혀있어 더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안이자 (개인적으로도) 희망사항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는 게 보편화되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절반의 몫을 하는 게 당연한 사회 분위기가 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두렵고 덜 힘든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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