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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사법

[벌금제] #2 과연 벌금형이 자유형보다 가벼운가? 가난한 이가 지는 벌금형의 무게

by 최룡 2020. 5. 16.

벌금을 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

지난 번 글에서 벌금형의 개념와 총액벌금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선 간단히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벌금형는 법을 어긴 사람에게서 돈을 빼앗음으로써 형벌에 상응하는 고통을 주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고통이 총액벌금제 하에서는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같이 알아봤다. (링크를 첨부하니 참고하시길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보다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가난한 사람은 벌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게 됐으나 2018년 전체 벌금형 건 수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건은 1.3%에 불과하다고 한다. 건 수를 찾아보니 1%도 되지 않는다.

연도 집행유예 벌금형 벌금형 집행유예
2015년 7만 7022건 7만 8283건 -
2016년 8만 6675건 7만 9488건 -
2017년 8만 9716건 7만 8591건 -
2018년 8만 0070건 6만 5985건 913건(0.72%)
2019년 1~6월 3만 8628건 2만 8482건 690건(0.41%)

(통계 출처 - 사법연감/ 벌금형 집행유예는 2018년 1월에 도입되었다.)

  <50만원이 없어 감옥에 간다>라는 한겨레 칼럼에 의하면 한 판사는 "요즘 여론은 '엄벌주의'를 원한다. 양형에 대해 법원이 세간의 비판을 많이 받다 보니, 양형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는데 거기서 집행유예로 형을 더 줄여주기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벌금형이 선처라고?

그러면, 이제부터 이 판사의 의견이 합당한지 짚어보도록 하자. 벌금형은 기본적으로 자유형(금고, 징역 등)에 비해 그 벌의 강도가 낮다. 그렇기에 선처를 한 번 해줬는데 더 깎아준다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법조인의 이런 시혜적 태도는 불평등을 더 고착화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선처해 벌금형 줄까 겁난다..."집유 달라" 센 처벌 찾는 그들>이 기사를 한 번 보자. 심지어 중앙일보 기사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을 때 생기는 제한(해외 비자 발금, 자격정지, 취업제한 등)보다 벌금형을 받았을 때 내야하는 돈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거다. 정말 벌금형이 선처인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여론이 엄벌주의를 원한다는 얘기도 짚어보자. 인천 장발장, 광주 장발장의 사례를 기억하는가? 인천 장발장은 현재 뒤가 구린 상태라 넘어간다손 쳐도 광주 장발장의 경우 도대체 누가 그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는가? 그는 처벌받지 않았고 물건을 훔친 마트의 주인과도 잘 지내며 심지어 올 5월 8일에는 조사를 받았던 경찰서에 음식을 사들고 찾아가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이 사람을 엄벌에 처했어야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달라.

출처 - CMB 광주방송 유튜브 채널

(로톡뉴스에서 가져온) 반대의 경우를 보자. "여동생 성폭행 하실 분" 게시글을 올리고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어 올리는 등의 행동을 한 20대가 아청법(아동 및 청소년 이용 음란물 공연 전시), 정보통신망법(음란 문언 공연 전시, 명예훼손), 성폭력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총 4개 혐의로 기소됐다.

결과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심도 마찬가지로 1년이었다. 또 "여동생 성폭행 하실 분" 게시글을 본인 블로그로 퍼간 2,257명은 명백히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에도 처벌은 단 한 명도 받지 않았다. 어떤가? 이래도 판사들이 여론이 무서워 중형을 선고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저 판사의 말이 개소리인 이유다.


과밀 수용은 미안하지만 범죄자는 더 있어야 한다는 말

벌금형의 건수가 저렇게 많은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 교도소의 과밀수용은 이미 예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수용자 수가 급증했다. 교도소가 1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수준이라고 했을 때 현재 수용률은 130%를 넘어선다. 이미 교정시설 과밀수용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고, 인권단체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교정시설에 더 많은 사람을 넣는 것이 부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세입 중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크다. 여기에는 과태료 뿐만 아니라 벌금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진짜 웃긴 건, 예산을 짤 때 미리 세외 수입을 편성한다. 즉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 재정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골목길 깡패나 할 짓을 국가가 하고 있는 거다.

결과적으로 사법부는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행정부는 세수를 위해, 국민들에게 무차별로 벌금 및 과태료를 매기고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개선되거나 줄어드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 내용도 부실하고 심지어 해당 행위들이 전부 다른 법에 규정되어 있는 경범죄 처벌법 등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국민을 처벌하는 일이 정말 많아도 너무 많다. 민주당도 반성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진짜로 환형유치에 대해 다뤄보겠다. 과밀수용의 문제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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